돌이켜보면
사기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도
나는 계속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다.
“조금만 기다리면 괜찮아질 거야.”
“이미 판단은 끝난 이야기니까.”
“설마 여기까지 와서 문제가 생기겠어.”
지금 생각하면
이 말들은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
이미 맡겨버린 판단을 유지하기 위한 말이었다.
이상하다고 느꼈지만, 바로 의심으로 이어지진 않았다
사실 처음부터
아무 느낌도 없었던 건 아니다.
- 약속된 흐름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고
- 설명의 표현이 점점 추상적으로 변했고
- “곧 정리된다”는 말이 반복됐다
그런데도 나는
이걸 곧바로 문제라고 단정하지 않았다.
이미 누군가가
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,
그 확신 위에
내 판단을 얹어둔 상태였기 때문이다.
설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느낌
결정적인 변화는
설명이 틀렸다는 걸 알아챘을 때가 아니었다.
그동안
아주 확신에 차 있던 설명이
어느 순간부터
‘정리된 결론’이 아니라
‘전달받은 이야기’처럼 들리기 시작했다.
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.
이 판단은 정말
이 사람의 판단일까,
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의 결론을
그대로 옮겨온 걸까.
확신의 근거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
그 전까지는
설명의 내용보다
설명하는 사람의 태도를 믿고 있었다.
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
그 확신이
어디에서 나온 건지 보이지 않았다.
- 구조를 설명하는 말은 줄고
- 상황을 정리 중이라는 말이 늘었고
- 기다려 달라는 요청만 반복됐다
그때 처음으로
확신의 근거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.
‘설마’라는 말이 더 이상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
그전까지는
“설마”라는 말이
내 생각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.
- 설마 이 판단이 틀렸을까
- 설마 이렇게까지 와서 문제가 생길까
하지만
확신의 출처가 흐려지고,
설명이 추측처럼 들리기 시작하자
그 말이 더 이상 나를 안심시키지 못했다.
그 순간
처음으로
사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.
가장 힘들었던 건 ‘판단을 맡겼다는 사실’이었다
이 순간이 괴로웠던 이유는
돈 때문만은 아니었다.
- 내가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는 사실
- 판단을 대신 맡긴 선택의 무게
- 그 선택을 인정해야 한다는 부담
이 모든 걸
한꺼번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.
그래서 나는
한동안
이 상황을 말로 정리하지 못했다.
이 글을 남기는 이유
이 글은
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.
다만
확신이 어떻게 전이되고,
그 확신 위에 판단을 얹게 되는지,
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.
과거의 나처럼
“저 정도로 믿고 있다면 괜찮겠지”라는 생각으로
판단을 넘겨버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,
이 경험이 하나의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.
다음 글 예고
👉 다음 글에서는
‘원금 보장’이라는 말이
왜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는지,
이 일을 겪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한
표현의 문제를 정리해보려고 한다.